차 없는 거리, 과연 모두가 만족하고 있을까[더 머니이스트-심형석의 부동산정석]

입력 2023-09-28 10:54   수정 2023-10-04 15:46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의 ‘차 없는 거리’ 지정을 놓고 서울시와 서대문구가 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연세로는 9년 전 서울에서는 첫 ‘대중교통 전용지구’로 지정된 곳입니다. 대중교통전용지구란 도로 전체를 시내버스나 노면전차 등 대중교통과 보행자만 다닐 수 있도록 조성한 교통시설을 말합니다. 자가용 통행이 24시간 차단되며 일부 조업차량과 준 대중교통은 제한적으로 진입이 허용됩니다. 국내에는 2009년 12월 대구광역시 중앙대로 반월당네거리~대구역네거리 구간에서 최초로 지정됐고, 2012년 8월에는 서울특별시에서 이를 벤치마킹해 서대문구 연세로 일대에 조성하였습니다.

서대문구는 2018년 이후 연세로 인근 상권이 크게 위축되자 지역 상인들의 의견을 들어 서울시에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를 요구했습니다. 이에 서울시는 작년 1월 20일부터 올해 9월 30일까지 임시로 모든 차량 운행을 허용하는 정책 실험을 벌여 향후 운용방향을 결정할 예정입니다. 서대문구는 해당기간 상권활성화 효과가 확실했다는 입장입니다. 연구에 의하면 대중교통전용지구가 일시 해제된 이후 매출액이 22%나 증가했답니다. 같은 기간 다른 유사 상권 매출증가율(-4.1~11.5%) 대비 연세로 상권이 가장 활성화되었다는 분석입니다. 승용차가 다녀도 교통 혼잡도 없었다는 것이 서대문구청의 입장입니다.

반면 서울시는 일단 대중교통전용지구 운영을 재개한 뒤 2024년 6월 ‘차 없는 거리’ 최종 운영방향을 확정할 계획입니다. 연세로 상권매출은 기저효과일 가능성이 있고 보행권과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고려한다면 섣부른 해제는 적절치 않다는 판단입니다.

지자체마다 차 없는 거리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보행자 중심의 도시환경 개선을 통해 시민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걷고 싶은 ‘보행친화 도시’의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연구에서는 장기간 연속적으로 시행한, 차를 배제한 거리는 상권 활성화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를 보여줍니다. 자동차를 배제한 보행환경 개선이 아니라 자동차와 공존하는 보행환경 개선이 목표가 돼야 합니다. 보행환경 개선 사업은 시민과 함께 자동차 운전자와 상인들 모두에서 도움을 줘야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보행환경에 대한 만족도는 높으나 주변 상가의 매출증가에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습니다.

해외에서도 차 없는 거리행사를 추진하지만 단기간 실시합니다. 파리시는 파리중심부의 세느강을 따라 7월 중순에서 8월 중순까지 약 한 달 간 시행합니다. 파리 방문객들과 함께 휴가를 떠나지 못한 시민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주고자 하는 목적입니다. 런던시도 노우드 하이 스트리트(Norwood High Street)에서 매년 9월 하루 동안 승용차가 없는 날을 운영합니다. 시간대도 2시에서 5시 사이로 제한합니다.

뉴욕의 서머 스트리트(Summer Street)도 매년 8월 3번째 토요일 오전 7시에서 오후 1시 동안 센트럴파크에서 브루클린 다리에 이르는 구간에서 실시합니다. 우리처럼 메가시티에서 장기적 연속적으로 시행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이미 승용차가 대규모로 보급되고 자동차를 이용하는데 습관화된 현대인에게 차량을 배제한 거리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자동차와 보행자의 공존이 해답일 것입니다. 차 없는 거리사업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합니다.

대구는 일부 구간을 해제하는 방안을 추진합니다. 2009년 전국 1호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된 지 무려 14년 만입니다. 쇠퇴하는 동성로 상권 활성화를 위한 대책입니다. ‘동성로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중구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일부 구간(중앙네거리~대구역네거리)으로 내년 상반기부터 1년 정도가 유력합니다. 대구 동성로의 대중교통전용지구 지정으로 대중교통 이용객 증가 및 보행환경 개선 등에서 일부 성과를 거뒸지만, 일대 상권은 침체에 빠졌습니다. 올해 1분기 동성로 중대형상가공실률은 19.5%로 전국 평균(13.3%)은 물론, 대구 평균(14.9%)보다도 높은 수준입니다. 일부 구간의 지구 해제 후 교통, 상가 동향 분석을 거쳐 영구 해제 여부를 판단한다는 방침입니다.

보행환경을 바꾸면 상권이 달라집니다. 과거에는 자동차로 쇼핑하는 고객들에 대한 배려만 있었지만 이제는 움직임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보행고객들의 동선을 고려한 상권과 상가의 계획이 필요합니다. 사람들은 큰 도로보다는 이면도로를 좋아하고 직선으로 이동할 것 같지만 우회하거나 곡선으로 움직입니다. 최근 이면도로를 일방통행으로 바꾸는 시도가 늘고 있습니다. 이는 차량통행만을 고려한 시도입니다. 보행환경까지를 고려한다면 일방통행으로 인해 차량의 양과 속도가 빨라져 보행환경은 더 불편해집니다.

따라서 일방통행으로 바꾼 이면도로의 경우 차량속도를 제한하고 차량운전자들에게 보행자가 우선인 도로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다양한 표식과 계도가 함께 필요합니다. 차량과 보행자와의 공존, 보행자를 편안하게 만드는 길만이 상권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실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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